선우예권 : 서울예고-커티스-줄리어드 라는 공식성장 루트에 속한다. 센다이를 비롯한 콩쿨등에서 12-13-14-15 연속우승을 했다. 하지만, 이미 콩쿨우승은 연주자의 진정한 실력을 가늠하는 유일한 혹은 결정적인 잣대가 아니다. 그것은 동료연주가 그리고 심사위원만큼 예민한 귀를 가진 평론가 마지막으로 심사위원보다 더 냉정한 관객이나 애호가가 평가한다. 선우예권은 김선욱 임동혁 임동민 조성진과 함께 한국이 낳은 젊은 남자 천재 아티스트에 속한다. 절제미와 간결함이 폭풍같은 열정속에 숨겨져 있다. 대형 콘서트 홀에서의 연주는 그래서 독주악기에 의한 레퍼토리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체임버 홀이야말로 진정으로 독주회의 묘미를 대변하는 장치인 것이다. 눈을 감고 있으면 바로크 시대의 귀족이 된 듯 하다. 가늘게 눈을 떠보면 위대한 연주자가 내 앞에서 내 코앞에서 나와 지근거리에서 나를 위해 저렇듯 힘차게 베토벤을 쇼팽을 슈베르트를 혹은 리스트나 라흐마니노프를 어쩌다가 무소르그스키 까지를 재현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호사를 단돈 몇만원에 누린다... 이 즐거움과 영광스런 순간을 누리기 바란다...

3월 11일. 봄은 아직 모퉁이를 천천히 돌고 있을 시기. 하지만 이날 내가 주목할 것은 슈벨트의 즉흥곡 op142. No3. B flat Major. 슈벨트에게 묻는다면 사랑의 감정으로 이 십여분을 다듬어냈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겨울끝자락이 펄럭이며 사라져가는 모습을 본다. 여제인 임현정에게는 다소 미안할지 모르나 그는 역시 베토벤에 훨씬 더 잘 어울린다. 슈벨트는 이 젊은 청년에게 양보해 주어도 될 듯 하다. 즉흥곡op90, 나의 고교동창이었던 김준 이라는 친구는 음악실에서 이곡을 연주해달라는 나의 귀찮은 요구를 너무도 묵묵히 들어주었다. 그것이 고마와서 오래동안 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No3는 그에 비해 덜 화려해도 main theme 을 반복하며 끝나는 마지막 소절이 너무도 가련해서 슈벨트의 무덤에 혹시라도 가게되면 꼭 봄꽃 한 다발을 놓아주고 싶다.